전세는 왜 사라지고 있나 - 월세화를 만든 4개의 제도
전세는 왜 사라지고 있나
월세화를 만든 4개의 제도
전세 매물 급감 · 월세 비중 절반 돌파
임대차2법 · 토허구역 · 다주택규제 · 전세대출
원인은 네 개의 제도다.
수천 세대가 사는 대단지인데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만 남는 일이 서울 곳곳에서 벌어진다. 통계로 보면 더 분명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최근 1년 새 20% 가까이 줄었고, 전셋값은 2015년 가을 전세대란 이후 약 10년 만의 최대 폭으로 오르고 있다.
같은 기간 계약의 형태도 바뀌었다.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상반기에 절반을 넘어섰다. 1년 만에 8%포인트 넘게 뛴 값이다. 순수 전세라는 계약 형태 자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변화는 집값이 오르내려서 생긴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네 개의 제도가 같은 방향을 향해 만든 결과다. 지금부터 그 네 개의 제도를 하나씩 분석하고, 전세 실종이 어떻게 옆 동네로 번지는지, 그리고 세입자와 보유자가 각각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까지 정리한다. 원인은 넷이다.
▶ 지금 전세시장에 무슨 일이
보통은 집값이 오르면 전세 수요 일부가 매매로 빠지면서 전세가 안정되고, 집값이 내리면 매매를 미룬 수요가 전세로 몰려 전세가 오른다. 두 시장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관계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균형이 깨졌다.
매매·전세·월세 세 시장이 함께 강세를 보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수요가 한쪽으로 쏠려 생긴 일이 아니라, 매매 매물과 임대 매물이 동시에 줄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이다. 거래된 가격은 통계에 남지만, 시장에서 사라진 매물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세입자가 체감하는 전세 품귀는 지표보다 훨씬 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물·상승률·월세 비중 수치는 2026년 7월 발표 자료 기준이며, 이후 발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 제도① 임대차 2법 - 떠나지 않는 세입자
① 계약갱신청구권이 물량을 잠근다
2020년 7월 시행된 주택임대차 2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구성된다. 세입자가 한 번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세입자가 같은 집에 더 오래 머무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 세입자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는 분명하다.
문제는 회전이다. 세입자가 오래 머물수록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세 물량이 줄어든다. 전세는 원래 계약 만기마다 매물이 돌아 나오면서 신규 수요를 받아주는 구조인데, 그 회전이 느려지면 지금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고를 매물 자체가 줄어든다.
② 임대인의 선택도 바뀐다
전월세상한제로 갱신 시 임대료 인상 폭이 제한되면서,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할 유인이 커졌다. 보증금을 크게 올리기 어렵다면 매달 들어오는 월세로 돌리는 편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공급 측에서는 순수 전세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 셈이다.
2. 제도② 토지거래허가구역 - 세를 놓을 수 없는 집
① 실거주 의무가 신규 전세를 막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을 살 때 실거주 목적이어야 하고, 매입 후 2년간 직접 거주해야 한다. 사더라도 세를 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갭투자를 막는 강력한 장치이지만, 동시에 신규 전세 공급을 원천에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집을 산 사람이 전세를 내놓아야 시장에 전세가 생기는데, 허가구역에서는 그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도의 작동 원리와 매수 방법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정리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② 최신 지정 현황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현황
(2026년 7월 기준)
| 구분 | 지역 | 효력 기간 |
|---|---|---|
| 서울 | 25개 자치구 전역 | ~2026.12.31 |
| 경기(기존) |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중원)·수원(영통·장안·팔달)·안양 동안·용인 수지·의왕·하남 | ~2026.12.31 |
| 경기(신규) | 화성 동탄구·용인 기흥구·구리시 | 2026.7.5 ~ 2027.12.31 |
신규 3곳은 2026년 6월 말 경기도가 지정해 7월 5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핀셋 규제 방식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신규 3곳은 앞서 서울과 경기 상당수가 묶인 뒤 수요가 옮겨가 전국에서 손꼽히게 오른 지역이라, 정부가 뒤늦게 다시 묶은 곳이다. 즉 토허 지정 자체가 전세 실종이 지역을 옮겨 다닌다는 증거다. 이 확산 구조는 뒤 챕터에서 다시 정리한다.
3. 제도③ 다주택·비거주 규제 - 임대인이 사라진다
① 임대를 놓을 사람이 줄어든다
전세를 놓는 주체는 결국 여러 채를 보유하거나 지금 살지 않는 집을 세놓는 사람이다. 그런데 다주택과 비거주 보유에 대한 세부담이 커지고, 규제지역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등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를 공급할 주체 자체가 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6·27 대출 규제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6개월 안에 입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출을 끼고 사서 전세를 놓는 투자 방식이 사실상 막힌 것이다. 갭투자를 겨냥한 규제들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갭투자 규제 역사 글에 상세히 정리해두었다.
② 매물 잠김으로 이어진다
다주택자와 등록임대사업자, 비거주 보유자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임대 매물이 규제와 세부담으로 제한되면, 그만큼 전세로 풀릴 물량이 줄어든다. 매물 잠김은 통계상의 안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세입자가 고를 선택지가 사라지는 과정이다.
4. 제도④ 전세대출 규제 - 수요까지 조인다
① 한도 축소와 편입 논의
앞의 세 제도가 공급을 눌렀다면, 전세대출 규제는 수요 쪽을 조인다. 정부는 이미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축소했고, 투기 목적으로 판단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초기 전방위 방식에서 명백한 투기 사례에 한정하는 핀셋 규제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에 수도권과 규제지역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는 흐름이 이어진다. 대출 한도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는 DSR 계산법 글에서 직접 뽑아볼 수 있다.
② '전세는 사금융'이라는 기조
정부의 방향은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대통령은 전세를 두고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 표현하며, 전세대출을 많이 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즉 전세대출 규제는 단순한 한도 조정이 아니라 전세라는 제도 자체를 줄이려는 기조 위에 놓여 있다. 정책금융과 정책대출의 흐름은 정책대출 갈아타기 글에서 함께 볼 수 있다.
·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 축소
· 비거주 1주택 보증 비율 하향(핀셋)
·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DSR 적용
· 전세 소멸을 유도하는 정책 기조
5. 네 개가 겹치는 지점 - 월세화라는 귀결
① 공급 4중 봉쇄 + 수요 압박
이제 네 제도를 한자리에 놓고 보자. 임대차 2법이 물량을 잠그고, 토허구역이 신규 공급을 막고, 다주택·비거주 규제가 임대인을 밀어내고, 전세대출 규제가 수요를 조인다. 공급이 네 갈래로 동시에 줄어든 상태에서 수요까지 압박받으면, 순수 전세는 반전세와 월세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배경이다.
② 예상과 반대 방향의 결과
규제의 원래 의도는 집값을 누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 일부가 매매로 이동하면서, 오히려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리는 압력이 생긴다. 공급 부족이 만든 이 흐름은 규제가 겨눈 방향과 반대로 작동한다.
또 하나. 전세대출은 줄었지만 월세 보증금과 매달 나가는 월세 때문에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이중대출 흐름도 나타난다. 전세대출 감소가 곧 가계부채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분양가상한제처럼 공급 측 제도까지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 관련 논의는 분양가상한제 글에 있다.
③ 실무 대응 2트랙
6. 전세 실종은 번진다 - 풍선효과와 규제의 이동
① 막힌 수요는 인근으로 이동한다
전세 실종은 한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규제로 매수와 임대가 봉쇄된 지역에서 수요가 밀려나면, 아직 규제로 묶이지 않은 인근 지역으로 옮겨간다. 그 지역의 매매와 전세가 함께 오르고, 오르면 다시 규제로 묶인다. 전세 실종과 매매 상승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한 몸이라는 뜻이다.
② 규제가 뒤따라 묶은 곳, 아직 규제 밖인 곳
경기도 화성시 권역 안에서 이 흐름이 나란히 보인다. 규제가 이미 뒤따라 묶은 지역과, 아직 규제 밖에 있는 지역이 맞붙어 있다.
- 수요가 몰려 전국 최고 수준으로 급등
- 2026.7.5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 실거주 의무로 신규 전세 공급이 막히는 국면
- 동탄 옆 화성권, 토허 미지정 지역
- 규제 밖이라 다음 수요를 받는 후보
- 가격이 급등하면 다시 묶일 수 있는 이동 경로
규제가 A를 묶으면 수요가 B로 옮겨가고, B가 급등하면 다시 B를 묶는다. 규제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전세를 순차적으로 줄이는 구조다. 그래서 전세 실종은 내 동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 지정 순서를 따라 확산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7. Rich Dad's 'Summary'
8. Rich Dad's 'Q&A'
│© 2026 Rich Dad의 부동산 실무 인사이트│www.skyrichdad.com│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