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공공주택
남은 임대기간과 집값
기간이 줄면 대출 한도도 함께 줄어든다
그 집은 누구 것일까요?
2020년 12월 31일, 싱가포르 게일랑 로롱 3의 테라스 주택 191채가 국가로 돌아갔다. 1961년에 시작된 60년 토지 임대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토청은 만료 3년 반 전에 이 사실을 알렸고, 그 집에 직접 살던 집주인들은 만료 전에 모두 다른 집을 구했다.
이 집들은 민간 주택이었지만, 싱가포르 국민 대부분이 사는 공공주택 HDB도 같은 방식으로 공급된다. 땅은 국가가 갖고, 매수자는 집을 99년 동안 쓸 권리를 갖는다. 한국에서도 2026년 들어 「싱가포르식 공공주택」이 자주 거론되지만, 99년이 끝난 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기간이 끝나는 날만 볼 일은 아니다. 남은 기간이 줄어드는 동안 집값과 대출이 어떻게 바뀌는지, 재건축으로 새 집을 받을 수 있는지, 한국에 비슷한 주택이 들어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까지 차례로 정리한다.
※ 본문의 제도와 수치는 2026년 10월 20일 기준이다.
1.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누구의 집인가 - 99년 사용권
싱가포르 인구의 76.0%가 HDB 주택에 산다(2025년 3월 기준). 자기 집에 사는 가구의 비율은 91.2%다(2025년 기준). 숫자만 보면 거의 모든 국민이 집을 가진 나라다. 그런데 HDB 매수자가 넘겨받는 것은 땅이 아니다.
① 땅은 국가, 집은 99년 사용권
HDB 주택은 99년 리스(토지 임대기간)로 분양된다. 리스가 끝나면 집은 HDB로, 땅은 국가로 돌아간다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 설명이다. 리스가 남아 있는 동안에는 집을 사고팔 수 있는데, 매수자가 사는 것은 결국 그 집을 쓸 수 있는 남은 기간이다.
② 한국 아파트와 다른 점
한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집과 함께 땅 지분도 분양받은 사람 이름으로 등기된다. HDB와 한국의 토지임대부 주택에는 이 땅 지분 등기가 없다.
땅과 집은 누구의 것인가
(한국 분양 아파트 · 싱가포르 HDB · 한국 토지임대부)
| 구분 | 한국 분양 아파트 | 싱가포르 HDB | 한국 토지임대부 주택 |
|---|---|---|---|
| 땅 | 대지권으로 함께 소유 | 국가 소유 | LH·SH 등 공공 소유 |
| 사용기간 | 기간 제한 없음 | 99년 | 토지 임대 40년 이내 (갱신 가능) |
| 땅 사용료 | 따로 내지 않음 | 따로 내지 않음 (분양가에 포함) | 매달 토지임대료 |
| 기간이 끝나면 | 해당 없음 (재건축 추진 가능) | 집과 땅이 국가로 | 갱신 여부에 따라 처리 |
※ 근거 : 싱가포르 총리실 2018년 국경일 연설문 · 주택법 제78조.
준공 뒤 소유권을 넘길 때 시행사는 세대마다 땅 지분을 나눠 대지권으로 등기한다. 그래서 한국 아파트는 건물이 노후해도 땅 지분의 가치가 집값에 그대로 반영된다. HDB에는 이 대지권이 없어서, 땅의 가치는 남은 리스 기간만큼만 집값에 반영된다.
그렇다면 99년을 모두 채운 집에 살던 사람은 어떻게 될까.
2. 임대기간이 끝나면 - 집은 국가로 돌아간다
2017년 3월, 당시 국가개발부 장관이던 로런스 웡(현 총리)은 블로그 글에서 HDB 주택 대부분이 리스가 끝나면 HDB를 거쳐 국가에 반환된다고 밝혔다. 재건축을 기대하고 오래된 HDB를 비싸게 사는 매수자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모든 노후 HDB가 재건축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 것이다. 같은 글에서 그는 리스가 줄어들수록 집값도 그만큼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2018년 8월 국경일 연설에서 리셴룽 당시 총리가 정부 입장을 정리했다. 리스가 끝나면 집은 국가로 돌아가고, 정부는 그 땅을 재개발해 새 집을 짓는다. 리스 만료를 맞은 가구가 다른 집을 구하도록 정부가 돕지만, 새로 사는 집의 리스 대금은 그 가구가 다시 내야 한다. 정부는 리스 만료를 직접 겪을 가구를 전체의 2% 미만으로 추산했다.
① 게일랑 테라스 주택 191채가 반환된 과정
리스가 실제로 끝난 사례는 HDB보다 민간 주택에서 먼저 나왔다. 국토청은 2017년 6월 게일랑 로롱 3 주택가의 리스가 끝나면 땅을 회수해 재개발한다고 알렸고, 만료 한 달 전에는 집주인이 직접 살던 가구의 이주 상황까지 공개했다.
※ 출처 : 싱가포르 국토청(SLA) 발표(2017년 · 2020년 12월 · 2021년 1월).
리스 계약이 끝났으므로 땅과 건물은 계약대로 국가 소유가 됐다. 수십 년 살던 집이라도 기간이 끝나면 비워야 한다는 계약 내용이 실제로 집행된 것이다.
② HDB가 만료를 맞는 시기
HDB 가운데 아직 리스가 끝난 단지는 없다. 2018년 연설 당시 가장 오래된 HDB는 52년차였고, 정부는 그 단지도 리스가 47년 남았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47년 뒤인 2065년 무렵이 HDB의 첫 리스 만료 시점이다.
리스 만료는 수십 년 뒤의 일이지만, 남은 기간은 집을 사는 날부터 집값에 반영된다.
그러면 만료일 전에는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까.
3. 남은 기간이 줄면 집값과 대출은 - 리스 감가
리스가 끝나는 날 집의 가치는 0이 된다. 그렇다고 그날 한꺼번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은 기간이 짧아질수록 다음 매수자가 그 집에 살 수 있는 기간이 줄고, CPF로 쓸 수 있는 돈과 대출 한도도 함께 줄어든다. 싱가포르에서는 이 현상을 리스 감가라고 부른다.
① 정부 토지 평가표로 본 감가 속도
싱가포르 국토청은 리스 토지의 용도나 밀도를 바꿀 때 내는 추가 토지대금을 산정하는 데 남은 기간별로 완전소유권 대비 비율을 정리한 표를 써 왔다. 흔히 「발라 표」라고 부른다. 정부 토지를 평가하는 표이고 HDB 시세 공식은 아니지만, 남은 기간과 가치의 관계를 보여 주는 기준으로 널리 인용된다.
남은 리스별 가치 비율
(완전소유권 = 100 기준)
| 남은 리스 | 가치 비율 | 남은 리스 | 가치 비율 |
|---|---|---|---|
| 99년 | 96.0% | 40년 | 68.5% |
| 80년 | 91.0% | 30년 | 60.0% |
| 60년 | 80.0% | 20년 | 48.0% |
| 50년 | 74.7% | 10년 | 30.0% |
※ 출처 : 싱가포르 국토청(SLA) 추가 토지대금 산정용 리스홀드 표(2000년 시행 · 2007년 개정판 동일).
표에서 볼 것은 줄어드는 속도다. 남은 기간이 99년에서 60년으로 39년 줄 때 가치 비율은 16.0%p 내려가지만, 60년에서 20년으로 40년 줄 때는 32.0%p가 내려간다. 남은 기간이 짧을수록 1년이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같은 10년이라도 남은 리스가 60년에서 50년으로 줄 때는 5.3%p, 30년에서 20년으로 줄 때는 12.0%p가 내려간다.
② CPF와 대출은 95세를 기준으로 줄어든다
HDB를 살 때는 CPF(중앙적립기금 · 국민연금과 비슷한 강제 저축)와 대출을 쓸 수 있다. 2019년 5월부터는 매수자가 95세가 될 때까지 리스가 남아 있어야 CPF를 한도까지 쓸 수 있다. 부부처럼 함께 사면 나이가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본다. 리스가 매수자 95세 전에 끝나면 모자란 정도에 따라 CPF 사용액과 HDB 대출 한도가 함께 줄고, 남은 리스가 20년 미만이면 CPF를 아예 쓸 수 없다.
정부가 발표 때 든 예시가 있다. 25세 매수자가 남은 리스 65년인 집을 사면 리스는 매수자가 90세일 때 끝난다. 95세까지 5년이 모자라 CPF는 한도의 90%까지만 쓸 수 있고, HDB 대출 한도도 당시 기준 집값의 90%에서 81%로 줄었다.
※ 출처 : 싱가포르 국가개발부·인력부 공동 발표(2019년 5월). HDB 대출 한도는 2024년 8월부터 집값의 75%이며, 95세 기준 비례 축소 원칙은 같다.
95세 기준은 은행이 담보의 남은 사용기간을 보고 대출 기간과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리스가 짧은 집은 CPF와 대출을 한도까지 쓸 수 있는 매수자가 적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적은 만큼 집값도 낮게 형성된다.
※ 가치 비율은 국토청 표의 비율이며 HDB 시세가 아니다. CPF 비례 축소율은 공식 계산식이 공개되지 않았다.
리스가 짧은 집은 팔 때 다음 매수자가 95세 기준을 채울 수 있는지까지 계산해 둬야 한다.
한국처럼 재건축으로 새 집을 받아 기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까.
4. 싱가포르 공공주택 재건축은 없나 - SERS 종료와 VERS
싱가포르에도 오래된 HDB를 정부가 사들여 재건축하는 제도가 있었다. 1995년에 시작한 SERS(선별 일괄 재개발)다. 정부가 재개발 가치가 높은 단지를 선정해 사들이고, 주민에게는 보상금과 함께 인근 새 HDB를 새 99년 리스로 살 기회를 줬다.
선정된 단지 주민은 리스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선정된 단지는 많지 않았다.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선정된 단지는 82곳이고, 2017년 당시 장관 설명으로는 전체 HDB 주택의 약 4%였다. HDB는 지금 누리집에 추가 SERS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① SERS 다음은 주민 투표로 정하는 VERS
SERS 뒤를 잇는 제도는 VERS(자발적 조기 재개발)다. 단지가 준공 약 70년차가 되면 정부가 일부 단지에 매입을 제안하고, 주민이 투표로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찬성하면 정부가 단지 전체를 사들이고, 반대하면 리스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산다.
보상은 SERS보다 적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2018년 발표 때부터 밝혀 온 원칙이고, 2025년 9월 의회에서 치홍탓 국가개발부 장관도 VERS가 일부 가구에게 큰 이익을 주는 사업이 되면 안 된다고 답했다(언론 보도). 첫 시행은 2030년대 전반 몇 곳이 목표이고, 투표 기준과 보상 수준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재건축 제도 비교
(싱가포르 SERS · VERS · 한국 재건축)
| 구분 | SERS | VERS | 한국 재건축 |
|---|---|---|---|
| 대상 | 재개발 가치가 높은 단지 (정부 선정) | 약 70년 된 단지 일부 | 준공 30년 이상 단지 |
| 결정 방식 | 정부 결정 (주민 투표 없음) | 주민 투표 | 조합 설립 등 주민 동의 |
| 주민이 받는 것 | 보상금과 새 리스 HDB 매수 기회 | SERS보다 적은 보상 (세부 미정) | 새 아파트 (분담금 부담) |
| 현황 | 82곳 선정 (추가 계획 없음) | 2030년대 전반 시범 목표 | 단지별 조합이 추진 |
※ 근거 : HDB 누리집 · HDB 주요 통계(2025년 3월) · 싱가포르 총리실 2018년 국경일 연설문 · 재건축 연한 30년은 2015년 5월 시행.
② 한국 노후 단지 가격과의 차이
한국은 준공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고, 노후 단지 가격은 건물 상태보다 재건축 사업성에 대한 기대를 따라 움직여 왔다. 2005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아파트 가격이 가장 낮아지는 노후 연수가 1998년 20년 이상에서 2003년 약 10년으로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재건축 기대가 커지면서 준공 10년 남짓부터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HDB는 대부분 재건축 대상이 되지 않고, 오래될수록 남은 리스가 줄어든다. 정부는 VERS 보상을 SERS보다 낮게 두겠다고 밝혀, 재건축 기대가 집값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 대신 60~70년차 단지에는 2번째 주택 개량 사업을 할 계획이고, 65세 이상 집주인은 남은 리스의 뒷부분을 HDB에 팔고 계속 살면서 그 돈의 일부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리스 바이백).
한국에도 비슷한 주택이 이미 있다.
5. 한국 토지임대부와 99년 주택 논의 - 확인할 4가지
땅은 공공이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2009년 특별법으로 시작됐다. 2011~2012년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강남구 자곡동에서 2억원 안팎에 공급돼 「반값 아파트」로 불렸다. 땅값을 빼고 건물값만 받은 덕분이다.
① 반값 아파트 뒤에 생긴 일
당시 단지는 전매제한 5년이 지나면 자유롭게 팔 수 있었다. 땅은 여전히 공공이 가진 상태였지만, 강남구 자곡동 단지의 전용 74㎡는 2025년 10월 9억7,500만원에 거래됐다는 보도가 있다. 분양가(약 1억9,500만원)의 약 5배다.
공공이 싸게 빌려준 땅의 혜택을 처음 분양받은 사람이 시세차익으로 가져갔다는 비판이 나왔고, 제도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후 주택법이 개정돼 새로 공급되는 단지는 팔 때 공공에 매입을 신청해야 했고, 2024년 6월 개정 시행 뒤로는 거주의무 5년과 전매제한 10년이 지나야 개인에게 팔 수 있다. 전매제한 기간 안에는 LH 등 공공에만 팔 수 있고, 매도자가 돌려받는 금액에도 한도가 있다. 거주의무 5년 안에 팔면 입주금과 정기예금 이자만 돌려받고, 그 뒤 전매제한 10년 안에 팔면 입주금과 시세차익의 70%까지 돌려받는다.
※ 출처 : 주택법 제78조의2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24년 3월) · 거래 가격은 언론 보도(2025년 11월).
② 지금 공급되는 토지임대부 주택
서울 고덕강일3단지는 2026년 10월 본청약 공고를 냈다. 전용 59㎡의 건물 분양가는 3억4,000만~3억9,000만원이고, 이와 별도로 땅 사용료를 매달 51만1,500원씩 낸다. 토지 임대기간은 40년이고, 재계약하면 최장 80년까지 쓸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토지임대료가 오른 폭이다. 2022년 12월 사전예약 공고 때 추정 토지임대료가 월 40만원이었으니, 본청약까지 4년이 채 안 되는 사이 약 28% 오른 셈이다. 입주 뒤에도 토지임대료는 바뀔 수 있으므로 공고문의 인상 기준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 출처 : 서울시 사전예약 공고 안내(2022년 12월) · 본청약 금액은 언론 보도(2026년 10월 16일).
③ 99년 주택 논의와 쟁점
2026년 3월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많이 배워 가야겠다고 말했다. 며칠 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용산공원·서초동 같은 핵심 입지의 공공부지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99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이른바 「한국형 99년 주택」이다.
제안의 취지는 공공부지에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해 투기를 막으면서 장기 거주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연구위원도 장기 거주를 보장한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반론도 있다. 정책 효과를 내려면 대규모 공급이 필요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준공 30년이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한국에서 99년 동안 살 집을 지으려면 건물을 그 기간에 맞게 짓고 고쳐 쓰는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나라는 공급할 수 있는 땅의 규모도 차이가 난다. 한국은 국유지가 국토의 25.6%이고, 싱가포르는 국가 소유 토지가 90%를 넘는다.
※ 출처 : 언론 보도(2026년 3월) · 국유지 비율은 지적통계(2025년 말) 보도와 학계 자료.
99년 주택 논의가 어떻게 결론 나든, 지금 공급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공고문에서 따로 볼 항목이 있다. 일반 분양 공고문을 검토할 때는 분양가와 납부 일정을 먼저 본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분양가 외에도 매달 내는 토지임대료와 팔 때의 조건이 입주 뒤 부담을 좌우한다. 공고문에서는 아래 순서로 확인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고를 때는 분양가가 싼 만큼 매달 내는 토지임대료와 팔 때 줄어드는 차익을 함께 계산한다.
6. Key Summary
7. Case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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