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이 집을 지어도
집값은 왜 그대로일까
공사비가 절반이 돼도 분양가 인하는 15%가 한계
로봇이 줄일 수 있는 돈은 얼마일까요?
공장에서 벽체와 바닥을 찍어 내고, 현장에서는 로봇이 그 부품을 조립하는 영상이 자주 보인다. 보고 나면 질문이 하나 생긴다. 집을 그렇게 싸고 빠르게 짓는 시대가 오면 내 집값, 내가 낼 분양가도 내려갈까.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 분양가는 거의 내려가지 않는다. 새 아파트 분양가의 71%가 땅값이라 공사비를 절반으로 줄여도 분양가에서 내려갈 수 있는 폭이 15%를 넘지 못하고, 그마저 수요자에게 돌아가기 전에 토지주와 시행사가 가져간다. 지방은 사정이 조금 다르고, 재건축 단지는 아예 건물값이 없다시피 하다.
공사비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부터 확인하고, 줄어든 공사비가 누구에게 가는지, 내 동네에서는 공사비가 얼마나 줄어야 분양가가 움직이는지 아래 3항에서 직접 확인한 뒤, 로봇과 모듈러가 국내 공사비를 실제로 내리고 있는지까지 정리했다.
1. 공사비 절반의 분양가 효과 - 집값도 절반이 될까
공사비가 절반이 되면 분양가도 절반이 될 거라는 기대는 분양가 전부가 공사비일 때만 맞는다. 그 전제부터 확인해야 한다. 시행사가 분양가를 정할 때 쓰는 사업수지표에는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 분양경비가 차례로 들어가고 여기에 이익을 더한 금액이 분양가가 된다. 항목별 구조는 분양가는 어떻게 정해지나 글에 정리해 두었다. 이 가운데 로봇과 모듈러가 바꿀 수 있는 항목은 공사비 하나다.
①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
공사비가 분양가에서 얼마나 되는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지비 통계로 알 수 있다. 분양보증을 받은 30가구 이상 민간아파트를 매월 집계하는 자료인데, 2026년 5월 서울 분양가에서 대지비, 곧 땅값이 차지한 비중은 71%였다. 나머지 29%가 건축비와 그 밖의 비용이다. 전국 평균은 같은 달 51%였는데, 이달에는 땅값이 비싼 서울 단지가 많이 분양돼 평소 수준인 35~40%대보다 높았다. 서울은 땅값 비중이 이렇게 높아서 공사비를 아무리 줄여도 분양가에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그만큼 작다.
※ 주택도시보증공사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2026년 5월 기준 · 지방은 2022년 9월 기타지방 21%).
② 분양가 회의에서 먼저 바뀌는 숫자
분양가가 최대 14.5% 내려간다는 계산도 줄어든 공사비 전부를 분양가에서 빼 준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실제 분양가 회의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공사비 견적이 내려오면 회의에서 바뀌는 숫자는 분양가가 아니라 이익이다. 분양가는 인근 시세가 상한이고 손익분기 분양가가 하한인데, 시세가 그대로라면 분양가를 내릴 이유가 없다. 공사비가 줄어든 만큼 손익분기점이 내려가고, 그 차이만큼 시행사 이익이 늘어난다.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게 정하는 때도 있다. 초기 계약률을 높여야 할 때, 미분양이 우려될 때다. 그런 결정은 공사비가 얼마나 들었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가격에 팔리느냐로 내린다. 상한제 단지를 빼면, 공사비를 줄였다고 분양가까지 내리는 경우는 팔리지 않을 때 정도다.
공사비가 절반이 돼도 서울 분양가는 15% 안쪽에서 움직이고, 그 15%도 시세가 그대로면 시행사 이익이 된다.
그렇다면 줄어든 공사비는 어디로 가나. 시행사 이익으로만 가는 것도 아니다.
2. 줄어든 공사비의 행방 - 누가 가져가나
공사비 절감분이 가는 곳은 토지주, 시행사, 그리고 일부 조건에서만 수요자, 이렇게 3곳이다. 받는 순서도 이 차례여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가져가는 쪽은 땅을 매도하는 토지주다.
① 시행사가 땅값을 정하는 순서
시행사는 땅을 살 때 땅값부터 보지 않는다. 그 땅에 지을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에서 시작해 공사비, 금융비, 분양경비, 이익을 차례로 빼고, 마지막에 남은 금액을 땅에 쓸 수 있는 한도로 잡는다. 단계별 계산은 사업부지 검토 순서 글에 있다. 감정평가에서 개발 예정 토지를 평가하는 방식(개발법)도 같은 순서다.
이 순서에서 공사비가 줄면 땅에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늘어난다. 한 필지를 두고 시행사 여럿이 경쟁하면, 공사비를 낮출 수 있는 쪽이 더 높은 땅값을 써 낸다. 사업부지를 매입해 본 사람은 안다. 땅값은 땅의 원가가 아니라 그 땅에서 나올 분양 수입에서 거꾸로 정해지고, 비용이 줄면 매입 경쟁이 있는 땅에서는 줄어든 만큼 땅값이 올라간다. 로봇이 공사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날, 가장 먼저 오르는 가격은 땅값이다.
② 공사비 절감이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2가지 경우
그래도 분양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2가지 있다. 하나는 분양가상한제다. 상한제 주택의 분양가는 택지비에 기본형건축비와 가산비를 합한 금액을 넘을 수 없고, 기본형건축비는 국토교통부가 공사 원가를 조사해 매년 3월과 9월 2회 고시한다. 2026년 9월 고시 금액은 ㎡당 232만8,000원(16~25층, 전용면적 60~85㎡ 기준)으로 직전보다 4.07% 올랐다. 공장 생산으로 공사 원가가 내려가면 이 고시 금액에 반영될 수 있고, 그때는 상한제 단지의 분양가가 실제로 내려간다.
다른 하나는 팔리지 않는 단지다. 손익분기 분양가가 내려가면 시행사가 할인할 수 있는 금액이 커진다. 미분양이 많은 지역에서 그 여력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미분양이 생기면 시행사는 무엇을 하나 글에 정리했다.
줄어든 공사비가 가는 곳
(민간 분양 아파트 기준)
| 구분 | 가는 곳 | 조건 | 수요자 체감 |
|---|---|---|---|
| 토지주 | 땅값 상승으로 흡수된다 | 시행사끼리 땅을 경쟁해서 살 때 | X |
| 시행사 | 시행사 이익이 늘어난다 | 시세가 그대로이고 분양이 잘될 때 | X |
| 수요자 | 분양가가 내려간다 | 분양가상한제 단지(기본형건축비 고시에 반영될 때) | O |
| 수요자 | 할인분양 여력이 커진다 | 미분양이 많은 지역 | O |
※ 기본형건축비는 국토교통부 고시(2026.9) 기준. 수요자 체감의 O는 분양가가 내려갈 수 있는 경우, X는 내려가지 않는 경우.
줄어든 공사비가 토지주와 시행사에게 가는 쪽이 서울 민간 분양에서는 보통이고,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쪽은 상한제나 미분양이라는 조건이 있을 때뿐이다. 서울처럼 땅값 경쟁이 있는 곳에서는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가장 적고 시점도 가장 늦다.
공사비가 내려가면 땅값이 오른다. 서울에서 분양가가 내려가는 곳은 법으로 상한을 정한 단지와 팔리지 않는 단지뿐이다.
그러면 내 동네에서는 공사비가 얼마나 줄어야 분양가가 움직일까. 지역에 따라 답이 다르다.
3. 지역별 분양가 효과 - 공사비 절감률을 직접 눌러 보기
같은 공사비 절감이라도 땅값 비중이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분양가에 미치는 효과도 다르다. 서울은 땅값 비중이 71%, 수도권은 40%대, 지방은 20%대다. 그래서 공사비를 절반으로 줄여도 서울 분양가는 최대 15%만 내려가지만, 지방 분양가는 40% 가까이 내려갈 수 있다.
① 지역과 절감률 고르기
아래에서 지역과 공사비 절감률을 고르면 분양가가 최대 얼마나 내려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계산 방식은 간단하다. 분양가에서 땅값을 뺀 나머지를 모두 공사비로 보고, 여기에 절감률을 곱한다. 그래서 결과는 실제보다 조금 큰 최대치다. 관심 단지의 분양가를 넣으면 금액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 주택도시보증공사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땅값 비중은 그 달에 분양된 단지에 따라 매월 달라지므로, 이 계산은 대략의 비중을 보는 용도다. 「최대 하락」은 절감분 전부를 분양가에서 빼 준다고 가정한 값이다.
서울을 누르면 절감률을 절반까지 올려도 분양가 하락폭은 15%를 넘지 않는다. 지방을 누르면 같은 절감률에 서울의 2배 넘게 내려간다. 공사비 혁신이 분양가를 먼저 바꾸는 곳은 서울이 아니라 지방이고, 그 차이는 땅값 비중에서 생긴다.
② 이미 지어진 집은 계산이 더 단순하다
이미 지어진 집은 땅값을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 준공 30년이 넘은 재건축 단지를 보면 된다. 건물은 철거를 앞두고 있는데 매매가는 옆 신축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 가격이 곧 땅값이다. 감정평가에서도 준공 연차가 오래된 아파트는 건물값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토지 가격으로 평가한다. 로봇이 아무리 싸게 지어도 그 땅값은 내려가지 않고, 재건축 단지에서 공사비 절감은 집값이 아니라 조합원 분담금에 반영된다.
신축 가격은 그 땅값에 건물값, 그리고 새 집이라서 더 내는 웃돈을 합한 금액이다. 같은 생활권에서 신축과 준공 20년 단지의 가격 차이가 바로 그 돈이고, 공사비 혁신이 줄일 수 있는 것은 전체 집값이 아니라 이 차이뿐이다. 10년 뒤에도 집값의 대부분은 땅값이다.
그런데 확인할 전제가 하나 더 있다. 공사비는 정말 내려가고 있나.
4. AI 시대의 공사비 - 로봇과 모듈러의 국내 현실
모듈러 아파트가 곧 늘어난다는 기사는 많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모듈러 공동주택으로 알려진 경기 의왕초평 지구의 22층 381가구는 전체 세대를 공장에서 만든 콘크리트 벽체와 바닥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며 2027년 7월 준공 예정이고, 하남교산 지구에서도 723가구 가운데 400가구를 같은 방식으로 짓는다. 발표된 물량만 보면 공장 생산이 이미 보편화된 것 같지만, 현장 사정은 그렇지 않다.
① 아직은 더 비싼 공사비
문제는 공사비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7월 모듈러 시공비가 철근콘크리트 현장 타설보다 약 30% 높다고 진단했다. 공사 기간은 20~30% 줄어드는데 공사비는 오히려 비싸다. 발주 물량이 적어 공장 설비에 투자하기 어렵고, 사업지마다 평면이 달라 거푸집을 새로 만들어야 하며, 공장 가동률이 낮아 제품 하나당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시공사 쪽에서 보면 이 사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국 아파트는 단지마다 평면과 입면을 달리해 분양 경쟁을 하고, 그 다양성은 공장 생산에 필요한 표준화와 맞지 않는다. 수주가 보장되지 않는 공장에 먼저 투자할 시공사도 많지 않다. 현장도 공장에서 만든 벽체를 받은 뒤 습식 마감을 다시 손보는 방식에 익숙해서, 이 관행이 계속되는 한 공사비는 내려가기 어렵다. 공사비가 내려가려면 물량이 먼저 늘어야 하는데, 물량은 공사비가 내려가야 늘어날 것이다.
철근콘크리트와 모듈러 비교
(공동주택 기준)
| 구분 | 철근콘크리트 현장 타설 | 모듈러(공장 제작 뒤 조립) |
|---|---|---|
| 공사 기간 | 기준 | 20~30% 단축 |
| 공사비 | 기준 | 약 30% 높음(2026년 7월 국토교통부 진단) |
| 품질 편차 | 현장 인력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진다 | 공장 반복 생산으로 편차가 작다 |
| 설계 자유도 | 단지마다 평면과 입면을 바꾸기 쉽다 | 평면이 바뀌면 거푸집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
| 현장 인력 | 골조 공정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 현장 인력이 40~60% 줄어든다 |
※ 국토교통부 발표(2026.7)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2026.2) · 의왕초평 시공사 자료(현장 인력 감소율).
공사 기간은 줄고 현장 인력은 덜 드는데 공사비만 아직 내려가지 않은 것이 지금 국내 모듈러의 현실이다.
② 그래도 공장 생산이 늘어나는 변화
그런데도 공장 생산은 늘어난다. 현장에서 보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 건설근로자공제회(2024) ·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2025.2) · 국토교통부 무량판 조사(2023.7) · 2026년 경제성장전략(2026.1).
공사비가 내려가는 차례와 땅값 비중을 함께 보면, 10년 뒤 집값을 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5. 10년 뒤 집값을 정하는 것 - 필자의 판단
집값은 땅값과 건물값을 합한 금액이고, 땅값은 그 땅에서 무엇을 이용할 수 있느냐로 정해진다. 지하철역, 간선도로, 학교, 병원, 일자리에 걸어서 가거나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그 수요가 땅값에 반영된다. 공사비 혁신은 이 가운데 건물값만 바꾼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집값이 전부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3가지가 따로 바뀐다.
① 공사비 혁신이 바꾸는 것
첫째, 신축 프리미엄이 줄어든다. 건축비가 내려가면 신축이라는 이유로 더 받던 웃돈의 근거가 약해진다.
둘째, 지방과 외곽의 분양가가 먼저 내려간다. 땅값 비중이 20%대인 곳에서는 공사비 절감분이 분양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미분양 지역에서는 할인 여력으로 바로 쓰인다.
셋째, 서울과 상급지에서는 땅값 비중이 더 올라간다. 건물값이 줄어드는 만큼 집값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집값이 입지로만 설명되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
② 집을 고를 때 확인할 것
그래서 매수 기준도 달라진다. 마감재 사양과 커뮤니티 시설은 건물값에 속하고, 그 값은 10년 뒤면 줄어든다. 10년 뒤에도 가격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것은 땅값이다.
물론 공사비가 절반이 되는 시점은 아직 멀고, 그때까지 기본형건축비는 계속 오를 수 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집을 짓는 기술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 집이 놓인 땅의 가격은 사람이 얼마나 모이느냐가 정한다.
로봇이 바꾸는 것은 건물값이고, 10년 뒤 내 집값을 지키는 것은 땅값이다.
6. Key Summary
7. Case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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